인간은 늘 한계를 넘어서고 싶어 한다. 특히 클라이밍처럼 신체적·정신적 도전을 요하는 스포츠에서는 극복해야 할 벽이 곧 목표가 된다. 하지만 어떤 루트들은 단순한 ‘목표’를 넘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벽처럼 보인다. 이번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클라이밍 루트 TOP 5를 소개하려고 한다.
여기 소개하는 루트들은 단순한 ‘어려운 코스’가 아니다. 극한의 기술과 힘, 인내를 요구하며, 전 세계에서 극소수의 클라이머들만이 성공한 곳들이다. 과연 이 루트들은 얼마나 극한일까? 그리고 그곳에 도전한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?
1. Silence (5.15d / 9c) – 역사상 가장 어려운 루트
- 위치: 노르웨이 플라타네거 (Flatanger Cave)
- 등반자: 아담 온드라 (Adam Ondra)
- 완등 연도: 2017년
체코 출신의 전설적인 클라이머 아담 온드라는 2017년,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려운 루트를 정복했다. 바로 노르웨이의 플라타네거 동굴에 위치한 Silence. 이 루트는 기존 최고 난이도였던 5.15c(9b+)를 넘어서는 세계 최초의 5.15d(9c) 루트로 평가된다.
온드라는 이 루트를 완등하는 데 무려 4년을 바쳤다.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무브,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홀드, 그리고 가장 중요한 ‘무릎을 벽에 박아넣는’ 특이한 베타. 그는 몸 전체를 비틀어 벽에 밀착하는 방식으로 루트를 공략했고, 성공 후에는 말 그대로 ‘침묵(Silence)’ 속에서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다.
이 루트는 여전히 다른 클라이머들의 재등반(Redpoint)이 이루어지지 않았다. 즉, 현재까지도 완등한 사람은 단 한 명, 아담 온드라뿐이다.
2. DNA (5.15d / 9c) – 도전자를 기다리는 미완의 루트
- 위치: 프랑스 베르돈 (Verdon Gorge)
- 등반자: 세바스티앙 부이엔 (Sebastien Bouin)
- 완등 연도: 2022년
프랑스 출신의 강력한 클라이머 세바스티앙 부이엔은 2022년, 새로운 9c 루트를 개척했다. DNA라는 이름을 붙인 이 루트는 Silence만큼이나 어렵다고 평가받는다. 하지만 아직 다른 클라이머가 이 루트를 반복 등반하지 않았기 때문에, 난이도가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.
부이엔은 이 루트를 두고 “완등하는 동안 내 손가락이 점점 부서지는 느낌이었다”라고 말했다. 그는 루트 개척 과정에서 무려 150번 이상 추락했다고 한다. 하지만 결국 끊임없는 도전 끝에, 새로운 루트를 역사 속에 남겼다.
3. Bibliographie (5.15c / 9b+) – 이름부터 전설적인 루트
- 위치: 프랑스 세유즈 (Céüse)
- 등반자: 알렉스 메고스 (Alex Megos)
- 완등 연도: 2020년
독일 출신 클라이머 알렉스 메고스는 2020년, 클라이밍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. 프랑스 세유즈에서 전설적인 루트 Bibliographie를 완등한 것이다. 원래 그는 이 루트를 9c(5.15d)로 평가했지만, 이후 다른 클라이머들이 시도한 결과 9b+(5.15c)로 확정되었다.
이 루트는 특히 극단적인 크림프(손가락 끝으로 잡는 작은 홀드)와 긴 다이나믹 무브가 특징이다. 클라이머들은 이 루트가 손가락에 가해지는 부담이 극심해, 실수 한 번이면 다시 처음부터 시도해야 하는 ‘멘탈 게임’과도 같다고 말한다.
4. Perfecto Mundo (5.15c / 9b+) – 손가락 힘의 한계를 시험하다
- 위치: 스페인 마르갈레프 (Margalef)
- 등반자: 알렉스 메고스 (Alex Megos)
- 완등 연도: 2018년
Perfecto Mundo는 손가락 힘이 부족하면 도전조차 할 수 없는 루트다. 극도로 작은 크림프, 지구력을 소모시키는 무브, 그리고 정신적인 압박까지. 이 루트는 클라이머들에게 ‘손가락 파괴자’로 불린다.
세계적인 클라이머 스테파노 기솔피(Stefano Ghisolfi)와 크리스 샤르마(Chris Sharma)도 이 루트를 정복하며, 그 난이도를 인정했다.
5. La Dura Dura (5.15c / 9b+) – 온드라 vs 샤르마의 전설적인 경쟁
- 위치: 스페인 올리아나 (Oliana)
- 등반자: 아담 온드라 & 크리스 샤르마
- 완등 연도: 2013년
La Dura Dura는 단순한 루트가 아니다. 이것은 아담 온드라와 크리스 샤르마의 라이벌 관계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루트다. 두 사람은 함께 이 루트를 개척했고, 결국 온드라가 최초 완등, 이후 샤르마가 두 번째 완등에 성공했다.
이 루트의 난이도는 짧지만 강렬한 무브들이 연속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.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 추락은 피할 수 없다.
끝없는 도전
이 리스트에 오른 루트들은 단순한 ‘어려운 길’이 아니다. 그것은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전의 상징이다. 오늘도 세계 최고의 클라이머들은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고,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. 과연 다음 9c, 혹은 9c+는 언제 등장할까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