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을 때, 나도 모르게 체중계의 숫자에만 집착했던 적이 있다. 그리고 인바디 결과지를 받아들고 나서야 깨달았다. 체중이 줄긴 했는데, 정작 중요한 건 숫자 그 자체보다 그 안의 구성이라는 사실. 그때 처음 접한 개념이 ‘제지방률’이었다. 체지방률이 아니라, 제지방률. 이름도 낯설었고,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왠지 중요한 숫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.
제지방률, 그 처음 낯선 지표가 알려준 것들
인바디를 처음 분석해봤을 때, 나는 체중은 줄었지만 제지방량도 같이 빠져 있었다. 체지방률은 낮아졌다고 좋아했지만, 사실은 근육과 체수분까지 줄어든 결과였던 것이다. 한참 뒤늦게야 알게 됐다. 제지방률은 단순히 지방을 뺀 몸무게가 아니라, 몸을 구성하는 ‘질’의 기준이라는 걸 말이다. 제지방률이란 체중에서 체지방을 제외한 나머지, 그러니까 근육, 뼈, 수분, 내장기관 등으로 구성된 무게가 차지하는 비율이다. 전문가들이 말하길, 이 비율이 높을수록 건강한 체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. 나 역시 경험적으로 느낀다. 운동을 하고 근육이 붙었을 때, 비슷한 체중이라도 몸이 훨씬 탄탄하고 가볍게 느껴진다는 걸 말이다. 어떤 숫자가 내 몸 상태를 설명해주는 느낌이 들었던 건, 체중이나 체지방률이 아닌 제지방률이 처음이었다. 내 몸이 건강하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진짜 지표라는 느낌. 수치적으로는 남성 기준 75~85%, 여성은 65~75% 정도가 건강하다고 하지만, 사실 중요한 건 수치의 정답이 아니라, 내 몸이 잘 기능하고 있는가 하는 감각에 더 가깝다.
인바디를 보는 ‘나만의 방식’
요즘은 인바디를 볼 때 체중은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. 오히려 눈이 먼저 가는 건 ‘체성분 분석’ 항목이다. 여기에서 제지방량과 체지방량을 확인한 뒤, 제지방률을 머릿속에서 곧바로 계산해본다. 전체 체중에서 제지방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하면 내 상태가 감으로 들어온다. 솔직히 처음엔 계산도 귀찮았고, 이 숫자들이 뭘 의미하는지도 몰랐다. 그런데 몇 달간 꾸준히 데이터를 비교하면서, 변화가 생기면 몸도 그에 따라 반응하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. 예를 들어 체중은 1kg 줄었지만 제지방량은 유지됐다면, 정말 성공적인 체형 관리였다고 느낀다. 물론 인바디 수치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긴 어렵다. 측정 환경, 수분 상태, 전날 식단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지니까. 하지만 대략적인 경향은 분명히 보여준다. 나만의 기준은, 제지방률이 78~80% 이상이면 '지금 잘 가고 있다'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. 정답은 없지만, 이렇게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다 보면 인바디 결과지도 훨씬 친근하게 느껴진다.
제지방률을 지키기 위한 일상의 작은 선택들
제지방률을 높이기 위해 거창한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, 의외로 그 기본은 일상 속에 숨어 있다. 나의 경우, 가장 먼저 바꾼 건 식단이었다. 굳이 식단표를 만들진 않았지만, 매 끼니에 단백질을 넣으려고 노력했다. 아침에 계란, 점심엔 닭가슴살, 저녁에는 콩이나 두부 같은 식물성 단백질.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어느새 식사 후 포만감도 오래가고, 군것질 생각도 줄었다. 운동도 마찬가지다. 예전에는 무조건 유산소 운동만 했지만, 지금은 주 3~4회는 근력 운동 위주로 시간을 보낸다. 무거운 걸 드는 게 처음엔 낯설고 힘들었지만,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루틴이 되었다. 운동 후 근육통이 있을 때, 오히려 제지방률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.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, 회복. 수면이 부족하면 아무리 운동과 식단을 열심히 해도 제지방률이 떨어지더라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. 지금은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려 노력하고, 충분히 쉬는 것도 운동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. 이런 작은 습관들이 쌓여서 결국 내 몸을 만든다. 숫자가 아니라, 내 몸에 대한 감각을 믿고 실천하다 보면 제지방률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.
처음엔 몰랐지만, 이제는 알 것 같다. 체중은 거울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고, 체지방률은 외형적인 수치라면, 제지방률은 내가 내 몸을 ‘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’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걸. 내 몸과 건강을 위한 진짜 기준은 남들이 만든 수치가 아니라, 나 스스로 정하는 ‘균형감’이라는 걸 말이다.